김할머니가 광고전화를 말벗으로 삼기 시작한 지는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급급하게 끊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담원들과의 통화에 맛이 들리기 시작한것이다.
판매원과 김할머니의 통화 내용을 살펴보자.
* 김할머니 - 여보세요?
* 상담원 - 안녕하세요 팔각수 정수기 김필터 입니다. 정수기 있으세요?
* 김할머니 - 정숙이는 성남 사는디?
* 상담원 - 네?아. 물 마시는 정수기요.
* 김할머니 - 아. 그 정수기? 난 우리 셋째 정숙이 찾는 전환 줄 알았구먼.
* 상담원 - 네. 정수기 놓는 건 어떠세요? 찬물 뜨거운 물 바로 드실 수 있고요.
* 김할머니 - 찬물 이 시려서 못 억어.
* 상담원 - 아, 그러시군요. 미지근한 물도 드실 수 있고...
* 김할머니 - 애들이 임팔렌트해 준다는데, 내비두라고 했어. 애들 고생해서 돈 벌어서 틀니나 하려고 했는데, 영감이 그게 부러워서 난리 치는 거야.
* 상담원 - 아 네. 두분만 사세요?
* 김할머니 - 내가 열아홉에 시집 와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영감은 장기나 둔다고 하고, 밥이나 달라고 하고...
* 상담원 - 네. 근데 정수기는...
* 김할머니 - 이눔아. 어른 얘기하는데 말 끊으면 안돼.
(30분 경과 후)
* 상담원 - 저... 필요하실 때 다시 전화 드릴게요.
* 김할머니 - 왜? 바빠?
* 상담원 - 할머니, 저도 일 해야죠. 상담원 길필터였습니다.
* 김할머니 - 응. 그랴. 꼭 전화해.
김할머니가 아쉬운 것은, 다시는 상담원들이 전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잘못 걸린 전화도 놓치는 법이 없으신 김할머니.
이젠 그녀도 프로가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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