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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란...

2007.11.16 13:26

신용성

조회수 2,985

댓글 17

프로의 세계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들이 상대와 실력을 견주는 무대이다.

어떤 분야이든 그 분야에서 보통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능력 차이는 거기서 거기다. 실제 능력 차이는 그러하나 이를 지켜보는 마음의 차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무슨 일이든지 본연의 자신의 능력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이런 저런 상황과 변수들이 엮여져서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자신이 경쟁자보다 앞설 때에는 필요 이상으로 우쭐거리고 보다 뒤쳐질 때는 필요 이상으로 절망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아주 오래전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웠다. 뒤돌아보진 않았지만 느낌상으로 '도를 믿으세요'인 것 같았다. 무시하고 계속 가던 길을 제촉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멈추게 한 한 마디. "그쪽의 발목을 가족들이 붙잡고 있는 것이 보여요." 이 당시 나는 20대 후반이었고, 가세는 한참 기울어져 있어 어머님, 형님, 누나, 동생들 모두를 걱정하고 있는 시기였다.

깜짝 놀랐다. 자동으로 몸이 멈췄다. 그러자 그 사람이 다가왔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도를 믿으세요'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나마 들어주었다. 역시나 말도 안되는 허황된 소리였다. 내가 왜 멈춰섰을까... 하면서 후회감이 밀려오던 찰나...

약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왜 하필이면 그 말에 멈춰섰을까. 나는 이성적으로는 그것이 당연한 나의 의무다라고 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가족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짐'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구나. 그 약한 마음의 한 줄기를 누군가가 잡아채니 스르르 풀려버리고 만 것이구나.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내 나이 또래의 대학 시절에는 누구나 즐겼듯이 나 역시 대학 시절에는 당구를 쳤었다. 어쩌다 고수를 만난다. 그 사람의 실력에 억눌려서 나는 내 실력이 나오질 않는다. 평소에는 쉽게 칠 수 있었던 것도 자꾸 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기가 눌려 아깝게 조금씩 옆으로 샌다. 참 바보 갚은 생각이다. 그 사람은 50개를 쳐야 하고 나는 20개만 치면 되는데, 즉 나는 조금 실수를 해도 용납이 되고 저 사람은 실수가 용납이 잘 안 되는데, 저렇게 어려워보이는 것도 쳐야 겨우 저 숫자를 다 칠 수 있을 텐데 뭐가 겁이 나서 위축되어 있나?

남이야 어떻든 나는 나한테 주어진 것만 해치우면 된다. 저 사람이 정말로 잘 쳐서 내가 나의 것을 다 해치우기 전에 저 사람이 먼저 끝낸다면 저 사람이 나를 이긴 거다. 그건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자신에게 이기고 난 다음 다른 사람과의 승부를 생각할 것이지, 자신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승부에 나설 자격이 없다.

사업을 하다보면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된다. 돈이 있어야 제대로 된 인재를 고용하고 돈이 있어야 마케팅을 하고... 돈은 기업의 피다. 빈혈 환자는 오래 달리기 힘들다. 그런데 중소기업 특히 소기업은 대체적으로 태생적으로 허약한 체질이다. 이들이 내뱉는 말의 대부분은 '돈만 조금 더 있었어도'라는 탄식이다.

분명히 돈이 부족하고 마케팅 자금이 거의 바닥이 난 상황이라면 누구나가 힘든 상황이고 대개는 오래가지 못하고 쓰러지기 마련이다. 무얼 새롭게 시도하려고 해도 항상 돈이 걸린다. 이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 마녀를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시도보다는 마녀를 사냥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삼으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힘들고 궁핍한 삶에서 위안이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위안은 위안일뿐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눈을 멀게 하여 조그마한 틈새가 무수히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놓쳐버리게 한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 누구를 갖다 앉히든지 힘들어하고 또 주저앉을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에 마냥 머물러 있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누군가는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는 답이 없다. 무언가라도 해보아야 한다.

컵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바로 세운 컵. 또 하나는 엎어진 컵. 엎어진 컵 안에는 구슬이 하나 있다. 바로 세운 컵을 건드리지도 말고 구슬을 건드리지도 말고 엎어진 컵 하나만 움직여서 구슬을 바로 세운 컵에 담을 수 있겠는가? 평평한 평지에서 이것은 불가능하게 보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과학적인 사고를 가지지 않은 이상 이것은 불가능하게 보인다. 하지만 머리가 뛰어나지는 않아도 뭔가를 시도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일단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엎어진 컵 하나이므로, 이것을 이래저래 건드려본다. 그러다가 우연히 구슬에 덮어서 이리저리 흔들어본다. 어라.... 그렇구나. 원심력이 있었구나. 엎어진 컵을 빨리 회전시키면 원심력에 의해 구슬이 엎어진 컵의 상단으로 올라가 마치 컵에 담겨진 형태가 된다. 이때 빨리 바로 세워진 컵위로 위치하여 회전을 멈추면 구슬이 바로 세워진 컵으로 떨어져서 결국 이동이 성공하게 된다.

결국 머리가 좋은 사람 혹은 머리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뭐라도 해보는 사람이 답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어렵다고 불가능해보인다고 가만히 넋을 놓고 있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탓할 필요도 없고 남을 부러워하거나 자신의 운이 없음을 한탄할 필요도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지는 것이다.

자신조차 극복하지 못하고 누구와 실력을 견주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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