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은 'johnlee'라는 필명을 가진 분이 쓰신 글입니다.
이 아주머니를 보노라면 마케팅이라는것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너무 이론에만 몰두한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

세상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간혹 경이로운 일을 접하게 됩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동네 시장 한 모퉁이에서 조그만 오뎅가게를 운영하는 아줌마에 관한 얘기입니다.
IT분야 엔지니어로서의 경력과 헛바람 든 놈들 다 밟는다는 MBA 과정을 마치고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실무 마케팅 전선에서의 경력도 쌓은 내가 보기에도 무서운 아줌마였죠. 적어도 나보다는 나은, 실천적이고 현장감 있는 마케터로 평가됩니다.

외국에 살 때도 한번씩 생각났던 오뎅과 그 국물을(일본 식당에서 파는 것 말고 길거리에서 파는..) 좋아하는 나는 귀가 길에 간혹 들렀고 이 아줌마와 나눈 대화로 몇가지 사실을 발견하였죠. 놀랍게도 이 아주머니는 그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거의 모든 전통적 마케팅 기법과 심지어 최근 유행하는 방식까지 경영에 적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 아줌마가 이곳에 오뎅가게를 연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업 당시만 해도 근처의 아파트와 학교를 상권으로 그 자리에는 서너 곳의 오뎅, 떡복이 가게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줌마 가게 처럼 잘 팔리지는 않지만 오뎅을 같이 파는 족발가게가 하나 남아있을 뿐입니다.
경이로운 오뎅 아줌마는 오뎅과 떡볶이를 포장하여 파는 기본적 마케팅 수단은 물론이고 소량다품종과 가격에 따른 시장차별,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상품, 신규시장진입 차단, CRM(고객관계 관리), 진실 마케팅, 경쟁자 인수합병, 신규상품 판촉, 첨단 물류기법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실천적이고 현실감 있게...

아줌마는 맛과 크기, 가격에 따른 6가지 종류의 오뎅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하루 용돈이 200원인 초등학생부터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맛을 찾는 성인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습니다.(시장차별)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유아들에게는 200원짜리 작은 오뎅을 다시 2등분하여 나무젓가락에 꼿아서 팝니다.
'조금 먹고 버리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다'가 아닙니다. 고객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죠. (커스터마이징)

몰려드는 손님들로 금방 데워둔 오뎅이 동나곤 합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아줌마는 판매대 뒤쪽의 조그만 공간에 큰 솥을 걸어두고 따로 오뎅을 데웁니다.
판매대의 오뎅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데워진 오뎅과 국물이 유지되도록 관리합니다.(효율적 물류)

워낙 장사가 잘 되다 보니 작은 가판이지만 다른 아줌마 한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알아본 즉 그 아줌마는 원래 따로 그 시장 입구에서 오뎅을 팔았으나 가격경쟁으로 이윤도 낮아, 기존에 벌던 것보다 좀 더 많은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여기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인수합병)

현재 이 시장 입구엔 아줌마 가게만이 유일하게 오뎅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이런 독점적 환경에서 서투른 마케터라면 마진을 높히려고 가격을 올리겠지만 이 아줌마는 그러지 않습니다.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다른 오뎅가게의 진입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경쟁자의 시장진입 차단)

그 외에도 신상품 판촉 기법도 있습니다.
MBA는 커녕 대학교육도 못받은 아줌마이지만 저보다 더 나은 마케터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