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박정태 논설위원의 글을 올려봅니다. 코카콜라에 대한 기초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886년이죠. 내가 태어난 해가.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존 펨버튼이라는 약제사가 나를 탄생시켰어요. 펨버튼은 어느 날 두통 치료제를 고안하다 우연히 캐러멜 색의 향기로운 액체를 만들게 됐어요. 곧바로 근처 자콥 약국으로 가지고 가서 손님들에게 맛을 보게 했답니다. 뭔가 특별한 음료라는 평가를 받고 판매에 나섰죠. 한 잔에 5센트로. 그리고 나한테 이름이 붙여졌어요. ‘코카-콜라’라는. 코카나무 잎, 콜라 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원료를 배합해 만들어서 그렇게 지었다는군요.

펨버튼은 내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을 눈치 채지 못했나 봐요. 몇 년 뒤 단돈 2300달러에 아사 캔들러라는 사업가에게 제조권을 넘겨버린 거죠. 코카콜라사의 첫 번째 사장이 바로 캔들러랍니다. 캔들러의 뛰어난 마케팅으로 회사는 날로 성장하였고 그 바람에 나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게 됐어요.

120년이 흐른 지금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1초마다 1만여 명이 나를 찾고 있으니. 내 브랜드 가치요? 670억 달러로 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네요. 아 참,내 친구 펩시는 1898년에 태어났는데 참고하시구요.

근데 요즘은 너무 우울해요. 여러 나라에서 시련을 겪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지난 7월 나에게 독극물을 투입하는 사건이 벌어져 100만병이나 리콜 됐죠. 러시아에선 최근 소송을 당했어요. 한 여성이 나 때문에 건강이 악화됐다나. 아니라고 박박 우겼지만 결국 패소 당했죠.

인도에서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요. 나한테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며 주(州)정부들이 판매를 잇따라 금지하고 있거든요. 어젠 케랄라주가 판매는 물론 생산까지 전면 금지했어요. 펩시도 같은 처지죠. 더 기막힌 것은 인도 대법원이 지난 5일 극비인 제조 성분을 공개할 것을 명령한 거예요. 그것도 한 달 안에.

120년간 비밀로 해온 제조법을 공개하라니 그게 될 말인가요.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애틀랜타 본사 금고에 보관돼 있고, 경영진 2명만이 거기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명령에 불응하면 제품 판매 중지로 이어져 큰 타격을 받을 테고 그렇다고 비법을 공개할 수도 없으니 참 진퇴양난이네요.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던 월마트가 중국 내 모든 점포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하며 그곳 시장을 사수하고 있는데 난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