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하다보면 가장 먼저 정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고객에 대한 정의인데, 예를 들면 고객을 아주 똑똑하게 보거나 반대로 아주 멍청하게 보는 시선입니다.  

고객을 아주 똑똑하게 본다면 타켓을 향한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 관리하기만 하면 홈페이지 곳곳에 숨은 보석같은 가치들을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봐줄 것이라고 확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객을 멍청하게 본다면 충동구매를 일으킬 온갖 할인 및 끼여팔기를 현란하게 구사하고, 가격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과장에 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보스님께서는 어떤 관점으로 고객을 보고 계신가요? ^^ 

저의 예를 들어볼까 합니다. 저는 최근에 노트북을 사기위해 몇날 몇일을 스펙공부를 했습니다. 요즘에 CPU는 어떤 게 좋은지, 업무뿐만 아니라 게임등에도 함께 쓰려면 어떤 걸 사야하는지, 다나와를 이 잡듯이 뒤지고 드디어 사고자 하는 스펙를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고서는 우연히 중고나라에 들어갔다가 누군가가 '오늘만' 판다는 말에 차를 끌고 가서 재고처리용 삼성 17인치 노트북을 덥썩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가져온 이 노트북은 게임하기엔 성능이 좀 딸리고 업무용으론 좀 무겁습니다.  

어떤 고객은 피부가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백화점 화장품 직원도, 피부관리사도, 심지어 피부과의사가 권하는 화장품도 잘 안 바를 뿐더러 그들보다 더 균형잡힌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객은 어느날 '프락셀후관리'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읽게 되었고 포스팅을 읽은 후 2분만에 이상한 확신으로 가득차서 170만원치의 듣보잡 브랜드의 화장품을 결제합니다.  

어떤 고객은 본인이 들어가고자 했던 사이트가 아니였지만 검색할 때 같이 뜬 쇼핑몰 사이트 (언더 팝광고)를 보다가 선착순 사은품증정! 이란 말에 원래의 의도를 버리고 다른 사이트에 들어가 결제를 합니다. 결제를 하고나서는 이 언더팝업광고를 띄운 프로그램을 지우기 위해 이잡듯이 제어판을 뒤집니다. 

상식밖의 경제학이란 책을 쓴 댄 애리얼리라는 교수는 2000원 짜리 볼펜이 500원 저렴하다는 이유로 500m를 기꺼이 걸어가는 사람이 정작 50만원짜리 정장을 구입할 땐 500m거리에 있는 옷집에서 3만원 싸게 판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굳이 찾아가지 않는 이야기를 건내며 우리의 행동들이 대체 일관성따윈 있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정작 이 책을 쓴 교수 역시 가족을 위해 넉넉한 SUV가 필요했지만 3년 무상엔진오일교환이라는 별 거 없는 옵션에 혹해서 날렵하고 빨간 아우디 세단을 사버렸고, 결국 차를 탈 때마다 바가지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책 마무리에 적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정리된 콘텐츠, 질 좋은 콘텐츠 역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합니다. 별다른 영업 없어도 운영되는 아이보스광고대행사업은 매우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웹콘텐츠전략이란 책에서는 질 좋은 콘텐츠만 엮여서 소량으로 관리된 사이트들이 콘텐츠 질이 비교적 낮지만 양이 풍부한 대규모 사이트들 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렇기에 사이트가 가진 콘텐츠의 질이 사람들의 지갑을 여는 필수요소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콘텐츠가 화려한 호객행위나 흥미유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뉴스꺼리 혹은 스팸으로만 취급당할 것입니다. 

만약 콘텐츠가 정중한 말투와 정말 필요한 말만 담았다면 전공서적 혹은 어려운 것으로만 취급당할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마케터는 이 중간의 접점을 잘 잡아내고, 이를 잘 섞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정말 똑똑하기도, 어쩌면 매우 멍청하기 때문이죠. 

[지난이야기] 우린 왜 월급을 받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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