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얼마 전 ‘가장 유명한 소설의 도입부 Top 10’이라는 제목의, 한 블로거가 자기 마음대로 정한 순위 리스트를 보았다. 거기서 당당 1위로 바로 위의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인 <설국>의 첫 문장을 올렸다. 정작 <설국> 작품을 완독한 건 3~4년 전이었는데, 이 문장을 워낙 귀에 익숙하게 들었고, 인용된 것을 자주 보아서인지 예전에 읽었던 걸로 착각하고 있었다. <설국>이라는 제목부터 하얀 눈에 덮인 광활한 벌판이 연상되었는데, 첫 문장에서 어둡고 긴 터널과 대비되어 나타나는 순백이 강렬했다. 그러나 소설 전편을 읽으면서는 ‘터널’의 존재가 그 하얀 설국에 점차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경계를 가르는 터널이라는 과정이 있기에 순백의 새로운 세계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아니 터널이 없이는 그런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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